별무덤은 그동안 세렌디아와 칼페온에서 등장한 그림자 기사단, 추후 오딜리타 스토리로 이어질 아히브, 그리고 이전에 엘리언교 금서를 통해 잠시 언급됐던 광명의 형제회의 정체까지 드러나면서 사건의 스케일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최근 업데이트 된 검은사막 최고급 방어구 '죽은 신의 갑옷'의 모토가 되는 죽은 신 역시 이곳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죠.
별무덤 스토리는 제법 강한 몬스터들 탓에 아직 인게임으로 경험하지 못한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내용이 미리 궁금하신 분들은 이번 편을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별무덤 다음 스토리는 오딜리타에서 이어집니다. 이제 이 메인 스토리라인도 거의 마지막으로 달려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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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1 - 훔쳐야 산다, 도굴왕
*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별무덤 - 운명처럼 이끌린 사람
칼페온
서민을 위한 비밀 조직, 탄티니스 민회
붉은 용 가모스가 쓰러진 뒤 드리간은 원래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모험가는 한층 여유로워진 주민들을 보며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꼈다. 방랑하는 삶에 익숙해진 탓일까. 모험가는 그만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흑정령은 할 일이 없어 심심해보이는 모험가에게 오랜만에 '외침꾼 루빈'을 찾아가보자고 했다. 대륙 곳곳의 소식을 잘 알고 있는 루빈이라면 어떤 흥미로운 일거리를 줄지도 모를 일이었다.
모험가는 드리간의 높고 척박한 고원과 케플란 마을을 지나 칼페온 남쪽 성문에 도착했다. 모험가에게 칼페온이란 오랜만에 찾은 고향과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칼리스 의회의 부탁을 받고 메디아로 향했던 것이 언제적이었던가. 외침꾼 루빈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서 온 칼페온 도시에 새로운 기사거리를 전하고 있었다.

루빈은 오랜만에 만난 모험가를 환한 미소로 반겨줬다. 그리고 일거리를 찾는 모험가에게 소소한 부탁 하나를 했다. 꽃을 파는 자신의 여동생 '아르'에게 빵을 전해주는 일이었다.
모험가는 루빈의 빵을 가지고 근처 화원으로 향했다. 아르는 오빠가 보낸 빵을 받아들더니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키우는 꽃들을 자랑스레 보여줬다. 그 중에는 아르가 직접 개량한 '꿈바라기'라는 하얀색 꽃이 있었는데, 그녀는 이 꽃을 마을 밖 난민촌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평소 루빈은 자신의 여동생이 위험한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모험가는 그런 아르의 예쁜 마음을 대신 전달하기로 했다.
모험가는 오직 절망밖에 남지 않은 난민촌 사람들에게 아르의 하얀 꽃을 전했다. 오랜만에 보는 싱싱하고 예쁜 꽃 때문인지 빈민들의 얼굴에도 잠시나마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꽃을 받은 난민 중 한 명이 갑자기 이상한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서민들을 위한 탄티니스 민회에서 온 것이냐고 말이다.



탄티니스 민회는 아르 역시 처음 듣는 단어였다. 이에 모험가는 다짜고짜 그녀의 오빠인 루빈에게 민회의 존재에 대해 물었다. 이 말을 들은 루빈은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대체 어디서 그런 소식을 들었는지 궁금해했다.
루빈은 모험가의 자초지종을 듣고 그가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투와 권력의 도시 칼페온에서 이런 인물은 극히 드문 것이었다. 그렇게 루빈은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뭔가 결심한 듯 희망 은행장 '바스케안 류릭'을 찾아가보라고 말했다.
모험가는 바스케안 류릭에게서 탄티니스 민회의 설립 목적을 들었다. 그곳은 사치스런 귀족과 달리 가난에 허우적대는 서민들의 삶을 개선시키고자 만든 단체였다. 하지만 류릭은 칼페온에 더 어두운 진실이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동생 '알쳄'을 찾아가보라고 했다.

알쳄은 역병에 걸린 난민촌 사람들을 위한 약을 개발 중이었다. 현재 그곳에 칼페온 사제들이 파견되었다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쳄은 자신을 찾아온 모험가에게 최근 민회가 알아낸 '비밀'에 대해 말해주었다. 사실 역병은 칼페온 서북부 미지의 땅에서 흘러들어왔는데, 오히려 그 지역의 사람은 역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역병의 치료제가 이미 개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민회는 바로 이 사실 관계를 조사하려는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민회에 합류하게 된 모험가는 알쳄을 통해 칼페온 내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을 만났다. 한 명은 계급 사회에 저항하며 빈민가의 시위를 주도하는 '다니엘레 스티미'였고, 다른 한 명은 그저 아이들과 동물을 사랑하는 '바실란'이었다. 모험가가 보기에 둘의 성향은 분명 달랐지만 한 가지는 같았다. 바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탄티니스 민회장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의 정체는 현 칼리스 의회 시민 대표 '죠반 그롤린'이었다. 비록 의회에서 가장 힘이 없는 자리였지만, 나름대로 뒤에서 빈민가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였다. 그는 민회를 돕겠다고 나선 모험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일손이 부족한 민회에는 모험가와 같은 조력자의 힘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후 모험가는 루빈을 통해 회원들의 비밀 접선 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인적이 뜸한 북 카이아 나루의 한 민가였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스스로를 칼슈르니스, 즉 새벽의 반란이라고 불렀다. 칼슈르 딜라아르라는 부유한 사업가의 지원에 힘입어 결성된 단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칼페온 서북부 '미지의 땅'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약 8년전, 검은 운석이 떨어져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던 곳으로, 당시 칼페온 왕이었던 가이 세릭은 이를 하이델의 공격이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에페리아 주민을 비롯해 직접 그 운석을 목격했던 사람들은 왕의 말을 믿지 않았다. 운석이 떨어진 그곳은 곧 잿빛 역병이 돌아 폐쇄됐고, 역병에 걸린 사람들은 칼페온 밖으로 내쫓겨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최근 소식에 따르면 그 지역에서 수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출입이 금지됐다는 곳에 엘리언교의 병사들이 비밀리에 주둔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주민들이 태연히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도 있었다. 민회는 이 모든 것을 확인하고 비밀을 밝혀야 했다. 어쩌면 이는 역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난민촌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는 열쇠였다.


문제는 폐쇄된 서북부 지역에 어떻게 들어가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업가 '칼슈르 딜라아르'는 이 말을 듣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는 8년전부터 그 운석으로 큰 돈을 벌어볼 심산으로 채굴권을 따내고자 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칼리스 의회장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심지어 그동안 쉬쉬했던 검은별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며 말이다.
하지만 칼슈르는 의회에서 자꾸만 계약 날짜를 미뤄 채굴권을 따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모험가의 임무는 칼슈르가 고용한 '용병'의 자격으로 의회장을 설득시키는 것이었다. 그 동안 칼리스 의회와 좋은 친분을 유지했던 모험가라면 충분히 승산있는 일이었다.
모험가는 칼페온 교회 뒤쪽으로 가 의회장 '헤르만 페레시오'와 은밀히 접촉했다. 페레시오는 칼슈르의 용병이 바로 자네였냐며 모험가를 기쁘게 맞이했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듯했다. 페레시오는 그동안 칼페온 의회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던 모험가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그동안 운석 채굴이 진행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상세히 털어놨다.

헤르만 페레시오에 따르면 8년전 떨어진 검은별은 거대한 흑결정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과거 흑결정을 탐내 하이델과 전쟁까지 일으켰던 칼페온에겐 아주 좋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흑결정이 일반적인 흑결정과는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그 운석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힘을 품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주변에 이를 지키는 괴물들이 있었다. 페레시오는 그들을 절망의 수호자라고 불렀다.
말을 마친 페레시오는 모험가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사업가 칼슈르와 상관없이 오직 의회장과 모험가만의 비밀 계약이었다. 페레시오는 모험가가 괴물들을 토벌하고 검은별의 힘을 추출할 수 있게 돕기를 원했다. 그 이후엔 그 운석을 팔든 없애든 맘대로 하라고 허락해주었다.
그러면서 페레시오는 모험가에게 서북부 전진기지 출입허가증을 스윽 내밀었다. 이제 모험가는 이 허가증을 가지고 엘리언교 대사제 '레하드'가 지휘를 맡고 있는 서북부 전진기지로 향해야했다. 탄티니스 민회와 칼페온의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하여.

칼페온 서북부 전진 기지, 별무덤
도망친 괴물을 돕고, 불손한 세 동맹 관계를 끊어내다
칼리스 대표 헤르만 페레시오가 비밀리에 대사제 레하드 모테논과 손을 잡은 뒤로, 서북부 전진기지는 무려 7년동안 별무덤 괴물 토벌과 미지의 힘 채취라는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곳이었다. 그곳의 사령관 '베나토 페르시'는 용병 신분으로 찾아온 모험가를 퉁명스럽게 맞이했다. 그는 한 때 전장의 매라 불리던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이름 뿐인 사령관 지위를 달고 있는 노장이었다.
베나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모험가를 바라보며 임무 하나를 맡겼다. 그는 몇 개월전 생포한 괴물 하나가 도망쳤다면서, 그 놈이 잿빛 역병의 치료 조제법을 훔쳐갔다고 말했다. 잿빛 역병의 치료 조제법이라니. 탄티니스 민회의 말대로 정말 그것은 존재했다. 모험가는 생각보다 목표를 빠르게 달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단숨에 의뢰를 승낙했다.

별무덤에 진입한 모험가는 그 땅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모험가는 왜 전진기지가 7년동안이나 임무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는지 알 것 같았다. 검은별을 지키는 괴물들은 상상이상으로 강력했을 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말에 따르면 달이 뜨는 밤이되면 그것들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일단 모험가는 베나토가 말한대로 달아난 괴물을 불러내기 위해 동료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베나토에 따르면 달아난 괴물은 사람의 감정을 느낄줄 아는 특별한 존재로, 동료들을 죽이다보면 분명히 두려움에 떨며 나타날 것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모험가가 약 서른 마리의 괴물을 쓰러뜨렸을 즈음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언가 조용하지만 빠르게, 모험가에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노련한 모험가는 그 조그만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말을 타고 달렸다. 그리고 별무덤과는 조금 동떨어진 구석에서 그 괴물을 따라잡았다.

하지만 모험가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그것, 아니 그녀는 분명히 다른 괴물들과는 달라보였다. 어딘가 도움이 필요해보였다. 그녀 역시 모험가의 그런 행동을 보고 모험가가 그간 자신을 쫓던 사냥꾼과는 다른 존재임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눈에 모험가는 검은 별조각이 함께하고 있는 자였다.
그녀는 자신을 보호해준다면 검은별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 밤마다 그녀를 잡으러 온다는 '사냥꾼'의 정체는 바로 그림자 기사단과 아히브였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아히브라면 카마실비아를 위협하는 타락한 자들이 아닌가. 설마 칼페온 지도부와 그림자 기사단, 그리고 아히브 간의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또한 그녀는 자신이 일반 괴물과 다르다는 증거로 무탈을 상징하는 바다거북 목각품을 보여줬다. 이것을 왜 자신이 가지고 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적어도 그녀의 표정은 결백해 보였다. 그녀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검은별에게서 이상한 속삭임이 들려올 때면, 그녀는 다른 괴물들처럼 별무덤 주변을 방황하게 되곤 했다. 시간이 없었다. 그녀에겐 모험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사실 모험가는 그녀가 내민 바다거북 목각품을 보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모험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것은 탄티니스 민회를 지원하고 있는 '칼슈르'가 모험가에게 부적이라며 건넸던 물건이 아닌가. 당시에도 칼슈르는 이 물건이 무탈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도망친 괴물이 하는 말과 정확히 일치했다.
부적은 본 모험가는 그녀의 말을 믿고, 돕기로 약속했다. 그러려면 우선 그녀를 괴롭히는 아히브, 그림자 기사단, 그리고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끊어내야만 했다. 모험가는 베나토 페르시가 준 서북부 전진기지 인장을 꽉 움켜쥐었다. 어쩌면 이것이 열쇠였다. 이 인장을 가지고 있는 한, 모험가는 아히브와 그림자 기사단과 접촉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별무덤 서북쪽 해안가에는 아히브와 그림자 기사단 한 무리가 있었다. 모험가는 그림자 기사단의 수장으로 보이는 '멜도르'에게 서북부 기지 인장을 내밀었다. 멜도르는 그런 모험가를 광명의 병사라고 불렀다. 그리고 기분 나쁘게 큭큭 웃으며 '우리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소리쳤지 않느냐'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어쨌든 과거에 그 광명의 병사라는 자들은, 그렇게 우기다 현재는 다 죽어버리고 없는 존재들이었다.

멜도르는 모험가를 '광명의 형제회가 고용한 용병'으로 보고 약속한 할당량을 채우라고 강요했다. 그가 원하는 물건은 죽은 신의 피, 죽은 신의 눈, 그리고 죽은 신의 창이었다.
모험가는 별무덤을 지키는 존재들, 곧 사도라고 불리는 존재들을 처치하고 물건을 모았다. 약속한 물건을 받은 멜도르는 흡족한 표정으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히브들이 있는 산맥 중턱으로 가보라고 했다. 단, 서쪽 해안엔 절대 가지말것을 당부했다. 그곳엔 사막을 건너와 농성을 벌이는 몹쓸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험가는 그곳을 떠나기 전 '도망친 괴물'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 서북부 전진기지의 명령인 양 거짓말 하나를 지어냈다. 바로 '도망친 그 괴물'을 더 이상 쫓지말라는 것. 그 말을 들은 멜도르는 표정이 다소 일그러졌지만, 이내 안정을 찾고 킬킬 웃었다. 그의 답변은 역시 '그럴 수 없다'였다. 그는 그 동안의 공로를 인간들이 차지하게 둘 생각이 없었다. 별무덤은, 결코 누군가 독차지할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이후 모험가는 멜도르가 말한 산맥 중턱으로 향했다. 별무덤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원의 산맥 중턱에는 아히브의 요새가 있었다. 모험가는 긴장한 마음을 최대한 들키지 않기 위해 허리를 쭉 펴고 당당히 안으로 들어갔다. 주변에서 아히브가 키우는 살룬곰과 칼크들이 으르렁거렸다. 만약 모험가가 카마실비아의 날개임을 알아차리기라도 한다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모험가는 그곳의 지도자로 보이는 '오아르마'를 만났다. 그리고 멜도르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더 이상 '그 괴물'을 쫓지말라고 했다. 그러자 오아르마는 어이없어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광명의 조약을 깨도 되는 것이냐며. 그녀는 광명의 형제회의 배신에 분노했다.
광명의 형제회. 그것은 과거 모험가가 칼페온에서 엘리온교의 금서를 얻었을 때 알게 된 비밀 세력이었다. 그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엘리언교와 칼페온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일종의 흑막과 같은 세력. 모험가는 그들이 이번에도 깊숙히 연관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일이 벌어졌다. 오아르마는 더 이상의 동맹은 없다며 자신의 '자매'들에게 서북부 전진기지의 사령관 베나토 페르시와 그 사제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했다. 모험가의 예상대로였다. 모험가의 기지로 이 불안했던 동맹은 결국 깨져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당분간 '도망친 괴물'인 그녀도 안전하겠지.


이제 모험가가 할 일은 하나였다. 서북부 전진기지로 빠르게 돌아가, 이간질의 마무리를 짓는 것. 모험가는 늙은 베나토 페르시에게 '누군지 모를 어떤 자들이 그 괴물을 데려갔다'는 거짓보고를 했다. 그러자 베나토는 분노와 당황스러움이 반씩 섞인 표정으로 무척이나 불안해했다. 설마 그들이 배신한 것인가.
하지만 베나토는 이에 대해 모험가에게 자세히 말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일개 용병에게 광명의 형제회의 존재와 아히브, 그리고 그림자 기사단과의 협력 관계를 밝힐 수 있단 말인가. 베나토는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모험가를 쫓아내듯 보급항구로 보냈다.
전진 기지 보급항
밝혀진 칼페온의 음모와 그녀의 과거
전진 기지 보급항은 별무덤에서 일종의 유배지같은 곳이었다. 그곳의 책임자인 로한나는 전진기지에서 내려오는 모험가를 보고 '뭔가 사고친 놈'임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로한나는 분명 베나토에게 된통 깨지고 왔을 모험가를 위로하며 기분전환겸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다.
그건 따분한 보급항구의 생활을 달래줄 일종의 괴담이었다. 약 1년전, 전진기지에선 드디어 괴물을 생포했다며 한창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 병사들 사이에서는 사실 별무덤의 괴물을 생포한 것이 아니라 검은별 연구에 사람을 사용해 괴물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마치 어떤 흔적을 지우려는 듯, 해안동굴에서 온 누군가의 물건을 태우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험가는 이 말을 듣고 확신했다. 병사들에겐 단순한 괴담이었지만, 모험가에게는 이미 상당한 증거가 있었다. 바로 그 도망친 괴물이 보여줬던 바다거북 목각품. 그녀는 분명 이전 검은별 연구에 희생당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모험가는 병사들이 말해준 해안동굴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엔 밀무역꾼 몇 명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는 모험가의 행색을 보고 순찰대가 아님을 알아채고는, 어떤 물건을 찾으러 왔냐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모험가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모험가는 그들이 자리 잡기 전 동굴의 모습을 원했다. 밀무역자는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여기엔 부서진 바다거북, 또는 고래 모양 목각품들이 많이 있었다고 했다. 너무 훼손되어 팔 가치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 말을 들은 모험가는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밀무역꾼의 눈빛이 반짝 빛나더니 사실 편지도 하나 있었다는 말을 은근슬쩍 건넸다. 그리고 그는 약 100만 은화에 해당하는 금괴 10G를 대가로 제시했다. 종이 쪼가리 하나에 100만 은화. 하지만 모험가는 이를 주저할 수 없었다. 금괴 100G였다해도 아마 구입했을 중요한 단서. 그렇게 해안 동굴에 있던 의문의 편지는 모험가의 손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 편지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여서 모험가는 그곳에서 글씨 몇 개만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칼슈르"라는 단어, 그리고 하나의 문장. " 배가 점점 불러와... 아이가... 사람들이 왔는데... 감염자들일까? 살이... 썩는 냄새가... 바다거북... 용기를 내서... 사람들을 만나야..."
모험가의 예상대로 바다거북 목각품을 가지고 있던 그 '도망친 괴물'은 탄티누스 민회의 칼슈르와 관계있는 자임이 틀림없었다. 모험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편지를 들고 그녀에게로 향했다. 어쩌면 이 편지를 보고 기억이 돌아올 수 있을지도.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칼슈르도, 아이도. 하지만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이 느껴진다고는 했다. 자기 자신이 아닌,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적어도 이제 그녀에겐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 그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모험가에게 감사를 표하며 검은별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 검은별은 평범한 운석도, 흑결정도 아니었다. 그것은 별무덤의 지배자, 곧 괴물들에게 끊임없이 속삭이는 신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그 신은, 자신에게 도전하는 자들을 기다리고 시험하며, 결국엔 좌절을 맛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변태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그 검은별의 신을 깨우기 위해서는 '신의 시험'을 거쳐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모험가에게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것은 검은별의 기운을 모아 별무덤의 화로에 불꽃을 피워내는 것이었다.
모험가는 별무덤에 산재해있는 부적과 기둥, 그리고 부정한 잔재들에게서 검은별의 흔적을 모았다. 그리고 이를 화로에 모두 넣자, 갑자기 검붉은 불꽃이 일어나더니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뜨겁게 타올랐다. 그와 동시에, 모험가는 등 뒤에서 얼음처럼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

싸늘한 기운의 정체는 뒤쪽의 고대 석상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석상의 꼭대기에서는 검은색 심연의 구멍이 나타나 뭔가를 강하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모험가는 무엇에 홀린듯 그곳으로 다가갔다. 뱀을 두른 사신이 검은돌이 든 그릇을 경건히 들고 있는 모양. 이전 칼페온에서 목격했던 크자카 신전이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그 그릇 위 심연의 구멍 속으로는 검은 영혼들이 끝없이 빨려들어가가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의 절망과 비명이 뒤섞여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것은 신의 소리가 아니었다. "크자카... 우리의 빛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이 죽은 신으로부터..." 그 소리는 어지럽게 섞여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했지만, 곧 다시 심연 속으로 갇혀버렸다.
크자카. 이번에도 크자카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부패의 신 크자카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것은 뭐지? 그리고 '죽은 신'이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일까.

모험가가 고민에 빠져있을 즈음, 주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멜도르였다. 그가 어째서 여기에? 아니, 그것보다도 언제부터 여기 있었단 말인가.
멜도르는 모험가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역시 보통이 아니야. 잠시나마 별무덤의 신을 깨우다니." 멜도르는 모험가에게 그가 경험한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모험가가 들은 것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영원히 검은별에 속박돼버린 영혼들의 외침. 그들은 바로 50년 전 빛의 강림에 실패하고 살아남은 멜도르의 형제들이었다. 그들은 빛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발키리의 창으로부터 도망쳤고, 이 고대 사원을 발견한 뒤로 이루지 못한 숙원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8년 전. 그들의 잘못된 의식은 재앙을 불러왔다. 그들이 꿈꿨던 하늘의 빛 뒤에는 죽은 신이 숨어있었고, 죽은 신을 마주한 그들은 결국 몸을 빼앗겨 영혼이 별무덤에 갇혀버렸다. 죽은 신의 힘은 워낙 강력했기에, 다시 돌아온 자는 없었다.
이들을 가장 먼저 포기하자고 제안한 것은 광명의 형제회였다. 그리고 그들은 오히려 무고한 칼페온 시민을 대상으로 비밀 병기를 만들고자 했다. 검은별의 힘으로 죽어가는 인간들을 실험에 사용해, 인간의 통제가 가능한 괴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였다. 처음엔 병사들 사이의 괴담이었지만, 이후 아히브들이 베나토 지휘관의 초소를 급습한 뒤 발견한 문서들로 인해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심지어 광명의 형제회는 칼페온 땅과 카마실비아의 정령들을 더럽힌 잿빛 역병을 이용해 폭탄을 만들고 있었다. 외교적으로 카마실비아와 동맹인 칼페온. 그런 칼페온은 카마실비아를 속였고, 단순히 검은별의 힘을 원했던 아히브마저 속이며 남몰래 그런 무기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다행인 점은 이 무기가 아직 미완성이라는 점이었다. 오아르마는 이 무기를 없애기 위해선 잿빛 숲에 있는 망령의 숨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 형제회의 속셈을 몰랐던 아히브들은 그들을 위해 직접 봉인의 주술을 걸어준 장본인 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모험가의 역할은 그 봉인을 풀고, 잿빛 역병 폭탄을 파괴해 광명의 형제회의 음모를 저지하는 것이었다.

모험가는 별무덤 아래쪽으로 펼쳐져 있는 잿빛숲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을 떠도는 잿빛 망령을 처치하고 '망자의 숨결'을 얻었다. 한 때 카마실비아의 아름다운 정령이었을 그것. 그가 사라진 사이에 멤도는 그 가녀린 숨결은 오늘따라 더 처량해보였다.
모험가는 그 숨결의 힘을 광명의 제단에 불어넣었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아히브의 봉인이 풀어졌고, 미완성의 잿빛 역병 폭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별의 잿빛 역병을 하이델의 소행이라고 속이고, 버림받은 땅의 감염자들을 이용해 출입을 금지시키고, 몰래 어둠의 세력과 손잡은 뒤, 그들마저 속이며 역병 폭탄을 만든 인간들. 그 탐욕의 결정체가 지금 모험가의 눈 앞에 있었다.


모험가는 칼슈르에게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도망친 괴물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녀가 잃어버린 과거를 알려주는 것. 그것이 모험가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미 자신의 기억을 되찾은 후였다. 신기하게도, 모험가가 잠시 신의 심연을 열었을 때 그녀의 기억이 돌아왔다고 했다. 그녀는 이전에 전진기지에서 훔쳤던 잿빛 역병 치료제 조제법을 모험가에게 넘겼다. 그녀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그녀는 모험가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에페리아에서 공예방을 운영하는 딜라아르라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랏항구에서 건너온 칼슈르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 결혼을 약속했다. 바다거북 목각품은 사실 랏항구에서 건너온 칼슈르를 위해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렇게 칼페온 서북부는 당시 그들만의 사랑과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하늘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떨어졌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남편 칼슈르는 없었고, 그녀의 피부는 검은별에서 흘러나온 역병으로 썩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그녀는 홀몸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이라도 무사히 태어나게 하고싶은 마음에, 이를 악물고 버티며 출산을 했다. 하지만 아이 역시 역병에 감염된 상태였고, 그렇게 그 둘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해안 동굴에서 갇혀 지냈다. 해안 동굴에 그렇게 목각품이 많았던 이유는 그녀가 아이를 위한 장난감을 만들어줬기 때문이었다.
그런던 어느날, 해안 동굴 주변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녀처럼 병에 걸린 사람들과, 엘리언교 사제들이었다. 그녀는 몰래 숨어서 그들을 지켜보다 사제들이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광경을 본 순간, 동굴을 뛰쳐나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사제들은 아이를 치료해주는 대가로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의식의 제물이 되길 요구했고, 그렇게 딜라아르는 괴물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그 뒤로 딜라아르는 자신의 이성이 점점 사라져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아이의 목을 자기 손으로 조르게 됐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이를 자각한 그녀는 손을 거두고 공포에 떨며 전진기지를 탈출했다. 그 뒤로 다시 아이를 볼 순 없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모험가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다. 바로 자신의 아이를 찾아 이 비정상적인 땅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브렐린 농장
딜라아르의 아이, 다시 찾은 구원의 희망
모험가는 그녀의 부탁을 따라 전진기지에서 그녀의 아이를 수소문했다. 병사들은 과거 전진기지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괴물이 한 아이의 목을 조르고 달아났다는 그 사건. 이후 아이는 근처 브렐린 농장에 맡겨졌다고 했다.
모험가는 브렐린 농장의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딜라아르의 아이를 찾았다. 그런데 그곳에서 이상한 말을 들었다. 그 마을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따라 이름 모를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고 했다. 그 신은 일명 '소원을 들어주는 신'. 또 다른 이름으로는 '크자카'. 모험가가 찾는 딜라아르의 아이는, 그 기도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혼자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눈과 귀가 조금 어두운 모양이었다. 아마 과거 역병의 흔적이었을 터. 모험가가 다가가자 그 아이는 경계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기도를 하기 싫으니, 그저 내버려두라고만 했다. 모험가는 그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말없이 바다거북 목각품을 쥐어주는 것밖엔.
그러자 아이는 모험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만났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엄마가 이곳을 떠나라고 했다는 것도, 아빠가 살아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이제, 이 이상한 마을을 떠날 때가 된 것이다.
모험가는 해안 동굴에 있는 밀무역꾼에게 금괴를 쥐어주며 아이를 카이아 나루까지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돈을 받은 밀무역꾼에게 구체적인 이유는 필요없었다. 괜찮은 제안이 들어왔다면, 말없이 수행하면 되는 것. 그게 그들의 방식이었다.

아이를 아버지에게 보낸 모험가는 잿빛 역병 치료 조제법을 들고 칼페온 북쪽, 오염된 농장지의 연금술사 고르가스에게로 향했다. 이 조제법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고르가스는 모험가가 가져온 역병 치료 조제법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사실 그것은, 8년 전의 그가 우연히 구했던 제조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연금술을 이단으로 규정한 엘리언교 때문에, 그 조제법은 막무가내로 갈취되어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였다. 심지어 그 사건 이후 고르가스는 모든 저주와 역병의 원흉이라는 모함까지 받게되었다. 그는 칼페온에 칼리스와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쥐락펴락하는 존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모험가는 그 말을 듣고 광명의 형제회를 떠올렸다.
고르가스의 잿빛환은 감염자들의 병을 깨끗이 낫게 해 주었다. 마치 좀비와 같던 감염자의 잿빛 피부가 씻겨 흘러내렸고, 이윽고 정상적인 모습의 사람이 나타났다. 이제 이 조제법이 널리 퍼지면 감염자들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모험가는 마지막으로 카이아 나루 근처 탄티니스 민회의 모임장소로 향했다. 그곳에 모여 있던 칼슈르니스들은 돌아온 모험가를 환대했다. 칼슈르의 잃어버린 아이가 돌아왔고, 심지어 역병 치료 조제법을 가져왔으니 말이다. 엘리언교에 안에 숨어 칼페온의 뿌리를 좀먹는 광명의 형제회라는 집단의 실체도 알게 됐다. 이제 끔찍한 그들의 횡포를 알리고, 모든 것을 하나씩 바로잡아가야 할 때였다.
칼슈르는 모험가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아이를 찾아 준 모험가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는 괴물이 된 아내를 되찾을 방법을 반드시 모색하겠다고 다짐했다. 칼슈르는 자기 가문의 은인과 다름없는 모험가에게 보답의 의미로 별무덤에서 건진 반지 하나를 건넸다. 그 이름은 죽은 신의 반지로, 어떤 학자도 그 반지에 새겨진 글귀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신비의 물건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모험가는, 그것에 칼슈르의 따뜻한 진심과 세상을 바꾸겠다는 탄티니스 민회의 다짐이 담겨있음을 느꼈다.

어느날 한 아이가 할아버지께 기도를 올리는 신이 누구인지에 관해 묻자 할아버지는 팔을 들어 올려 옆구리의 새까만 멍 자국을 가리키며 눈물을 비췄다.
"이것이 신의 존재를 의심했던 벌이며 그 죄는 아직도 씻기지 않았단다. 할아버지가 말해 준 능선 너머의 괴물들 기억나니? 그들은 영원히 그런 흉악한 모습으로 살아갈테다. 신을 부정한 어둠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았기 때문에 아마 벌을 받은 것이지. 아가, 너의 그 말은 많은 사람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단다. 무서워 보이는 병사들과 사제분들은 사실 우리를 돕기 위함이란다. 검은별의 재앙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고대 사원을 되찾고 우리의 신을 영접하기 위해. 저 능선 너머 들려오는 괴성. 괴물의 땅이 사실 원래는 우리의 땅이자 그 분이 강림하실 자리란다. 그저 기도하거라. 네가 알아야 할 것은 신은 간절히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주신다는 거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다시 마음을 정갈히 하고 대대로 내려오던 의식을 진행했다. 신이란 그들에게 이유를 불문하고 맹목적인 그런 존재였다.
-신의 아이들, 브렐린 농장에서
"이것이 신의 존재를 의심했던 벌이며 그 죄는 아직도 씻기지 않았단다. 할아버지가 말해 준 능선 너머의 괴물들 기억나니? 그들은 영원히 그런 흉악한 모습으로 살아갈테다. 신을 부정한 어둠이 마음 속 깊이 자리잡았기 때문에 아마 벌을 받은 것이지. 아가, 너의 그 말은 많은 사람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단다. 무서워 보이는 병사들과 사제분들은 사실 우리를 돕기 위함이란다. 검은별의 재앙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고대 사원을 되찾고 우리의 신을 영접하기 위해. 저 능선 너머 들려오는 괴성. 괴물의 땅이 사실 원래는 우리의 땅이자 그 분이 강림하실 자리란다. 그저 기도하거라. 네가 알아야 할 것은 신은 간절히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주신다는 거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다시 마음을 정갈히 하고 대대로 내려오던 의식을 진행했다. 신이란 그들에게 이유를 불문하고 맹목적인 그런 존재였다.
-신의 아이들, 브렐린 농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