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미지 코믹스'라는 만화사에서 출판한 만화 '인빈시블'은 기본적으로 슈퍼 히어로물이다. 문제는 주인공인 '인빈시블'의 아버지이자, 이 만화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옴니맨'이 인간을 벌레만도 못하게 보는 외계인이라는 것. 어떻게 보면 슈퍼맨의 암흑진화 형태에 가까운데, 그러다 보니 인명을 벌레만도 못하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옴니맨이 본색을 드러낸 이후 조연 히어로들은 옴니맨에게 머리가 터지고(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목이 돌아가는 등 온갖 방법으로 죽어버렸다.
이 옴니맨과 주인공 '인빈시블'의 대립과 갈등 해소가 만화의 주제다 보니 옴니맨의 잔혹성은 작품 내에서 굉장히 여러 차례 부각되는데, 그로 인한 결과 중 하나가 바로 '모탈 컴뱃' 게스트 출전(...)이다. 물론, 모탈 컴뱃에서도 옴니맨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캐릭터들을 학살한다. 모탈 컴뱃은 누구든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하여튼, 이런 잔혹한 세계를 그린 만화 '인빈시블'을 소재로 한 격투 게임, '인빈시블VS'가 얼마 전, XBOX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와 함께, XBOX는 LA 모처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인빈시블VS'를 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그 감상을 정리해 보았다.
이 게임, 실력의 척도는 암기가 아니다
쉬운 조작, 다층적인 시스템
'인빈시블VS'는 기본적으로 대전 격투 게임이다. 그리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격투 게임은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장르 중 하나로 통한다. '모르면 맞아야지'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통용되는 진리지만, 대전 격투 게임은 그 어떤 장르보다도 이 법칙이 노골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과거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던 시기에, 나는 킹 연속잡기 하나로 오락실의 패왕이 되었다. 지금이야 다 푸는 법을 알지만, 그땐 모르는 사람은 죽어도 못 풀었다. 이렇듯, 대전 격투 게임의 기본은 '기술'을 익히는 것 부터 시작이었다.
하지만 '인빈시블VS'는 이 법칙을 깨버렸다. 모든 캐릭터의 조작법이 같고, 간단하다. 약공격 5번 누르면 콤보가 나가고, 앉은 채 강공격을 누르면 상대를 공중에 띄우는 어퍼컷이 나가며, X와 Y를 함께 누르면 필살기가 나간다. 요약하면, 기본적인 조작법을 배우고 나면 외워야 할 커맨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반대급부로, 게임의 기본적인 시스템이 다른 대전 격투에 비해 복잡하게 짜여 있다. 인빈시블VS는 기본적으로 3명의 캐릭터를 골라 팀을 이뤄 싸우는 격투 게임인데, 킹오브파이터 시리즈처럼 승자연전으로 진행되는 개념이 아닌, 실시간 태그 시스템이다. 철권 태그 토너먼트처럼, 싸움 도중 언제든 멤버를 변경할 수 있는 형태다.
그러다 보니 조작법은 단순할지언정, 다양한 변수들이 섞이는데, 태그를 통한 연게 콤보와 콤보 브레이커, 공중 연계 등 이 다양한 '기본기'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수 싸움의 기본이 된다. 당연히, 조작법을 안다고 실력이 동등한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기에, 게이머마다 실력이 천차만별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나 또한 개발사인 스카이바운드의 직원이 접대가 아닌, 진심으로 게임을 시작하자 손도 못 쓰고 패배했다.

이런 게임의 구조는, 대전 격투 게임에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라는 개념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이냐에 대해 스카이바운드가 내놓은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실제로 게임의 모든 조작법을 익히고 사용하기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이를 실제 상황에서 써먹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모든 대전 격투 게임의 승부는 기술의 숙련도가 완벽하다는 전제 하에 수 싸움과 심리, 경험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인데, 인빈시블VS는 이 지점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전제 과정, 즉 기술 숙달의 과정을 소거해버린 느낌에 가깝다.
슈퍼 히어로가 전력으로 상대를 때린다면
머리고 몸통이고 남아나는게 없다
또 하나, 게임의 특징을 꼽자면 모탈 컴뱃 못지 않은 잔혹한 연출을 들 수 있다. 차이점이라면, 모탈 컴뱃은 마치 과시하듯 과장된 고어 연출을 게임의 상징적 요소로 활용하는데, 인빈시블VS는 그런 개념보다는 '무방비한 상대를 슈퍼 히어로가 전력으로 공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가깝다.

때문에 '페이탈리티'와 같은 본격적인 고어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 대신, 체력이 바닥날 때 어떤 공격을 받았냐에 따라 히어로의 처우가 달라진다. 마지막 공격을 거세게 맞으면 머리가 사라지거나, 온 몸이 터져나가지만, 그냥 견제기 따위로 패배하면 온전히 쓰러져 무려 숨도 쉰다. 인빈시블이라는 원작 코믹스의 바이브를 투영하되, 고어 그 자체에 매몰되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만큼, 격투 중 유혈 묘사도 상당한 편인데, 마치 두 명의 케찹통이 싸우는 것 마냥 맞을 때마다 피가 사방으로 튄다. 이렇게 누적되는 데미지는 곧 상처나 복장 파괴로 이어지며, 절반 정도 체력이 남은 캐릭터는 찢어진 옷을 입은 피범벅이 되어 버린다.

이 상태에서 앞선 캐릭터가 사망하면 곧장 튀어나오며 '죽여버리겠어!'라고 소리지르는 장면은 이 게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장면. 인빈시블이라는 만화 원작에서 주인공은 수없이 좌절을 겪는데, 상처투성이 상태로 튀어나오는 캐릭터의 모습은 그 분위기를 무척 잘 살린다.
시연의 인사을 정리하면, '인빈시블VS'는 기존 대전 격투 게임의 기본적인 실력 향상 과정인 '기술 숙련->수싸움과 심리전 경험 획득'에서 앞 단계를 배제해버린 과감한 구조의 대전 격투 게임이다. 덕분에 굉장히 쉽고 빠르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실력을 갖추려면 그만큼의 경험과 대전 경험이 요구되는, 나름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지 투 마스터, 하드 투 런'을 적용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전체적으로 잔혹하고, 필터링 없는 연출을 통해 굉장히 처절한 싸움을 그리지만, 잔혹함이라는 개념 자체에 매몰되기보단 원작의 톤과 분위기를 살리는 수준에서 머문다는 점이 인상깊다. 모탈 컴뱃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는 이상한 시선을 감수해야 할 것 같지만, 인빈시블VS를 좋아한다고 말할 땐 조금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이라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무척 마음에 드는, 출시를 기대할 만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다만, 한국에 정식 출시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문제다. 지금으로서는, 쉽사리 확신할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