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경 없이 3D로 본다."

확실히 디스플레이 시장은 유행을 타는 것 같다. 수년간 게이밍 모니터를 마주하며 느꼈던 유행들을 순차적으로 나열하자면 크기, 주사율, 패널, 해상도 그리고 다시 패널, 그리고 지금은 이를 잘 아우르는 밸런스 정도.

최근 진보된 기술 덕택에 OLED 패널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좋아지고 나서, 한동안은 OLED 파티였다가도 지금은 특유의 높은 가격 때문에 다시 일종의 옵션이 되어 이제 소비자들은 대부분 밸런스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이 뭔가 안정화되는 것 같으면서도 내 업무 특성상 뭔가 약간 자극적이지 않다고 해야 할까.

그러던 중, 삼성전자에서 재밌는 제품을 선보였다. 국내 최초의 3D 모니터, 그것도 안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니터다. 일명 무안경 3D 게이밍 모니터로 3월 24일 삼성에서 선보인 '오디세이 3D(G90XF)' 얘기다.


제품 정보



오디세이 3D (G90XF)
크기: 27형(68.4cm)
유형: 3D 지원 평면형 모니터(Flat)
해상도: 3840x2160(4K UHD)
주사율: 165Hz
응답속도: 1ms(GTG)
화면 비율: 16:9
패널 타입: IPS
밝기: 350 cd/㎡ (최소 280cd/㎡)
명암비: 1,000:1
HDR: HDR10 / HDR10+Gaming
그 외 기능: 엣지 라이팅(모니터 하단 LED) / FreeSync Premium / 눈 보호 모드 / 플리커프리 / 동시화면(PIP) / 블랙 이퀄라이저 등
입출력 단자: 1x DP 1.4 / 2x HDMI 2.1 / 2x USB 3.1 Gen1 / 1x USB-B 업스트림
오디오: 5W x 2ch
모니터 제어: 틸트) -3도~+15도 / 피벗 -92도~+92도 /
크기 및 무게: 스탠드 포함) 614.1 x 541.5 x 203.3(mm) / 7.5kg
가격: 249만 원 (2025.05.26, 삼성닷컴 기준)

오디세이 3D G90XF는 3D 지원 기능을 제외하고도 일반적인 플래그십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4K 해상도에 165Hz 주사율, 1ms의 응답속도는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만족할 수밖에 없는 사양인데다 27형의 크기는 게임 좀 한다는 사람들 입장에서 호불호가 없을 크기다.

여기에 3D 안경 등의 부가 장치 없이 즐길 수 있는 3D 요소를 포함한 것이 제품의 주요 특징이자 핵심이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역시 삼성"이라는 감탄사가 나오다가도, "이게 될까" 그냥 좀 형식적인 느낌 아닐까라는 의심도 했었다. 제품의 전원을 누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바탕화면이 3D라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3D 기능은 일종의 핵심 옵션으로, 평소엔 일반 2D 모니터처럼 사용하는 제품이니 오해 마시기 바란다. 정말로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 80컷이 넘는 이미지 중에, 그나마 사진으로 건질 수 있었던 3D 체감샷. 사진으로는 정말 표현이 안 된다


제품 사진


제품을 받아 설치하는 과정에서,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모니터 스탠드. 최근까지 하이엔드급의 삼성 오디세이 제품들을 경험해 본 토대로 얘기하자면, 무게를 고려한 것이겠거니 이해는 된다만 디자인적으로 다소 평범했다. 물론 이 평범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게이머도 많겠지만, 약간은 오디세이 프리미엄 감성이 한 스푼 덜 담긴 느낌.

다만 이 부분은 '엣지 라이팅'을 보는 순간 잊혔다. 일반적인 고가의 게이밍 모니터에서 만날 수 있는, 화면 뒤의 LED와 비슷한 방식으로 동작하는데 이게 사실 직접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입장에서 좀 잘 안 보인다. 제3자가 보면 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내 돈 주고 산 게이머들은 모니터 뒤를 흰 배경으로 깔고 불을 꺼야 좀 느껴지는 정도라 아쉬웠을 것이다.

오디세이 3D G90XF에 탑재된 엣지 라이팅은 그 불빛을 게이머가 마주한 벽에 쏘는 것이 아닌, 바닥에 쏴줌으로써 디스플레이에서 출력되는 색상에 맞게 일치 시켜주어 좀 더 실감 나는 시각 경험을 이끌어낸다.

▲ 오디세이 3D G90XF의 뒷모습

▲ 무난한 오디세이의 느낌과 로고가 느껴진다

▲ (좌측부터) USB 3.1 Gen1 / USB-B 업스트림 / USB 3.1 Gen1 / HDMI / HDMI / DP / 전원 단자

▲ 굵직한 스탠드 덕분에 안정적인 높낮이 세팅을 할 수 있다


▲ 바닥에 LED를 쏴주는 '엣지 라이팅'. 화면과 동기화되어 좀 더 몰입감 있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 오디세이 모니터의 OSD는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디테일한 편이다. 게임과 관련된 설정을 제어하는 옵션

▲ 밝기 및 명암 등의 디테일을 제어할 수 있는 화면 옵션

▲ PIP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동시 화면 옵션

▲ 메뉴 언어 및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메뉴 표시 옵션

▲ 그 외 부가 기능 및 입력 단자 제어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옵션

▲ 고객지원 옵션으로 나눠져있다

▲ 일단 4K 모니터니까 전반적인 화면을 감상해 보자


▲ 눈곱까지 보이는 선명함

▲ 귀여운 건 크게 크게

▲ 참고로 피벗도 지원한다. 3D + 세로 직캠? 못 참지


제품 테스트


이런 친절한 모니터가 또 있을까. 오디세이 3D G90XF는 공식 제품 정보에서 3D 동작을 위한 권장 사양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모니터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동영상을 2D에서 3D로 변환하기 위해 CPU의 경우 인텔 i7급을 권장하며, GPU의 경우 지포스 RTX 3080급의 그래픽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 시점으로 AMD 라데온 및 인텔 아크 GPU는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그 외 메모리의 경우 듀얼 채널 구성의 DDR-5600 32GB 이상을 권장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제품에 대한 이론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화면 상단에 위치한 스테레오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눈을 인식 및 추적하여 위치와 화면에 맞는 3D 효과를 출력한다. 화면 출력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패널로부터 나오는 빛을 굴절시켜 사용자의 좌우 눈 각각에 맞는 이미지를 보내주는 것을 렌티큘러 렌즈가 담당한다고 한다.

3D 기능을 본격 체험하기 위해서는 공식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리얼리티 허브(Reality Hub)'라는 포털 서비스 유틸리티 설치가 필요하다. 유틸리티를 켜면 세팅 및 3D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을 확인할 수 있고, 설치가 되어 있다면 해당 유틸리티를 통해 게임 접속도 가능했다.

▲ 3D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권장 사양까지. 친절한 모니터다

▲ 리얼리티 허브(Reality Hub)를 켰을 때의 화면. 인터페이스가 깔끔하다

▲ 재밌는 게, 화면 캡처를 해도 이렇게 흐릿하게 보인다

▲ 거꾸로 얘기하면 단순 눈속임이 아니라, 사용자 눈을 추적해서 화면을 뿌려준다는 얘기

▲ 게임 중에 단축키를 통해 3D를 끄거나 3D 설정의 깊이 및 돌출을 세팅할 수 있다

▲ 아무리 예쁘게 찍으려 해도 2개로 겹쳐서 보인다.. 직접 눈으로 봐야 체감된다

삼성 측에서는 점진적으로 3D 플레이 지원 게임을 늘리겠다 언급했지만, 생각보다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없다는 관점이라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나 또한 이런 생각을 하긴 했으나, 직접 게임을 즐겨보니 좀 다르더라.

아쉽게 느껴지지 않은 부분이 바로 영상 시청에 있었다. 처음 3D 기능을 통해 영상 시청을 하니 굉장히 입체적으로 느껴졌고, 색다른 경험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3D 기능을 지원하는 게임을 즐겨 보니, 만족도의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 영상에서 3D로 표현하는 부분이 특정 사물로 토막이 나있다고 표현한다면, 게임에서는 3D로 표현되는 부분이 픽셀 별로 각각 굴곡과 깊이까지 도드라져 보이게 해준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단순 디스플레이에서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분명히 느껴졌고, 콘텐츠 제작 및 운영하는 집단과의 협업을 통해 그 표현을 한층 끌어올릴 기술적 컬래버레이션이 필요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구체적으로 표현했는데 요약하자면 3D로 보여질 수 있는 콘텐츠여야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에 지원 여부 게임들이 당장엔 한정적인 게 아닌가라며 지금 상황이 어느 정도 납득되더라.

▲ 영상에서의 3D 변환은 AI 컨버전을 통해 진행되지만 게임에서의 변환은 좀 다른 것 같았다

▲ 개인적으로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서의 3D 경험이 즐거웠다. 눈발이 휘날리는 것까지 3D로 모두 느껴진다

▲ 'P의 거짓'에서도 디테일한 3D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팰월드'에서는 팰들의 디테일보다, 월드 자체의 풍경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편이었다

▲ 물론 이 또한 사진으로는 전달이 잘 안된다

직접 게임을 즐겨보면 차원이 다른 이 신비로움. 늘 새로운 게임을 접하고 플레이하는 동료 기자들의 평가가 궁금했다. 워낙 즐기는 게임도, 취향도 모두 다른 개개인이기 때문에 평가도 극과 극이었다.

먼저 긍정적인 평가는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3D를 즐길 수 있다는, 본질적인 기능에서 오는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3D 안경 등을 이용하여 3D를 즐길 경우, 본인이 시력 교정용 안경을 사용하기도 하고 일단 시야 자체가 렌즈에서 나가면 안 되기에 디스플레이 자체가 작게 느껴진다고. 오디세이 3D G90XF의 경우 전체 화면 자체가 3D다 보니, 일반 27인치보다 좀 더 넓게 보이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중립적인 평가는 새 게임처럼 느껴져서 신선하지만, 현재 지원하고 있는 카잔과 P의 거짓 같은 다크소울 장르에서의 초회 차 플레이에서는 감동이 조금 덜 할 수 있겠다는 언급이 있었다. 이 화면 혹은 전투 장면을 2D에서 이미 경험을 해본 사람이 3D로 봤을 때의 감동은 어마 무시하지만, 이건 본인과 같은 고인물 유저일 때나 가능할 것 같다는 복합적인 내용이다.

또한 화면 크기가 좀 더 컸으면 어땠을까라는 언급도 있었다. 기호의 부분이긴 하나, 해당 내용을 언급한 선배 기자의 경우 약간 눈에 꽉 차는 3D를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이 경우 커브드와 함께 화면비를 와이드로 살짝 빼면 될 것 같은데, 이 또한 호불호가 있을 것이고 결국은 추가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운 평가 또한 좀 재밌게도 3D 본질에 있다. 3D 화면 자체에 불호를 느끼는 집단도 있다는 것. 물론 3D 기능을 끌 수도, 특정 게임의 경우 3D 깊이 및 돌출 효과를 줄일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건 앉아서 시청하는 영상의 경우 3D가 나쁘지 않은데,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3D는 부담스럽게 다가온다는 평가였다. 특히 빠른 시선 조작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3인칭 게임에서 주로 이런 평가가 있었다.

내가 아쉽게 느껴진 것은 딱 하나다. 제품 리뷰를 위한 사진이 도저히 안 나온다는 것. 인벤 가족 여러분과도 이 신기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데, 사용자의 두 눈을 인식하여 3D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기에 아무리 찍어도 화면 내 피사체가 2개로 보여서 사진으로 표현이 안 되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 이 좋은 걸 나만 볼 수 없지. 동료 기자들과 의견을 나눠봤다. 각기 다른 게임 취향만큼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마치며


삼성 측에 따르면 "3D 게이밍 관련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지원 게임 또한 점차 늘어날 것"이라 언급했다. 오디세이 3D G90XF 또한 제품을 테스트하기 전과 후, 그리고 기사를 작성하는 이 시점까지 추가된 게임이 꽤 있는 것을 보면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과 'P의 거짓', '팰월드'를 포함하여 '스트레이', '드래곤볼 Z: 카카로트', '리틀 나이트메어 II', 'GTA III' 시리즈 등을 포함한 총 14개 게임을 지원하고 있다.

기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좀 더 디테일하게 설명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공식 뉴스룸을 통해 소개된 자료가 있어 관련 링크에 포함했다.

워낙 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없을까"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겠다. 확인해 보니 서울 및 경기권에 걸쳐서 삼성스토어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 Odyssey 3D 체험을 할 수 있으니 궁금하면 언제 한번 방문해 보시길. 정말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삼성스토어 Odyssey 3D 체험매장 안내: 매장별 운영 일자 및 시간은 상이합니다. 운영 여부 확인 후 방문 부탁드립니다.
삼성스토어 청담, 삼성스토어 일렉트로마트 영등포 모바일, 삼성스토어 일렉트로마트 용산 모바일, 삼성스토어 일렉트로마트 왕십리 모바일, 삼성스토어 스타필드하남모바일, 삼성스토어 스타필드 고양 모바일, 삼성스토어 스타필드수원 모바일, 삼성스토어 일렉트로마트 킨텍스 모바일, 삼성스토어 일렉트로마트 죽전 모바일


오디세이 3D G90XF의 제품 가격은 일반 모니터 대비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하는 것 같다가도 사양적으로 하이엔드를 자랑하는 고가의 모니터를 생각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도, 혹은 오히려 더 저렴하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큰 울트라와이드 모니터가, 또 그 누군가에겐 해상도와 주사율이 종점일 수 있는 것처럼, 별도의 도구 없이 3D 콘텐츠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 제품이 종착점일 수 있을 테니.

▲ 테스트 중에 손에 팝콘이 있었더라면 나 또한 휘날렸을 것